카당
2018년 10월 15일 - 한국가스공사 필기 후기 본문
그저께인 13일에 한국가스공사 필기시험을 치뤘다. 사실 별 생각 안 하고 NCS 맛보기나 하러 가볼까 하고 서류 써서 낸 거라 합격은 기대 안 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서류를 제출할 때 필기시험을 응시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대구에 본사가 있는 만큼 대구와 수도권 총 두 곳에서 응시를 할 수 있다. 나는 집이 가까운 대구로 선택했다. 입실은 9시 반까지였고 장소는 상서고등학교였다. 9시에 고사장에 도착했는데 반 정도 되는 인원이 먼저 와 있었고 9시 반이 되자 대부분이 왔다. 고사장 내 인원은 23명이었고 결시자는 2명이었다. 고사실이 50개 정도 있었으니 천여 명 정도가 이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것이다. 최종 합격까지의 경쟁률이 200~300 대 1이라고 하고 총 100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을 뽑으니 이런 시험장이 약 20곳 정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허수인원이 얼마나 되는 건가 싶으면서 취업의 현실이 조금 두려워졌다. 9시 30분부터 고사장 내 방송으로 시험안내를 한다. 신분증과 수험표는 무조건 챙겨야 하고 시계는 스톱워치 기능이 달린 것이 아닌 단순 아날로그 시계만 허용된다.(시계 검사는 수능처럼 따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10시부터 인성검사와 NCS가 휴식시간 없이 진행된다. 직후 15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전공시험을 본다.
1.인성검사
인성검사는 총 세 개의 파트로 나뉘고 90문항 정도에 50분의 시간을 준다. 1분 안에 5개를 체크해야 하는 건데 마킹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파트1은 한 문항에 네 개의 항목이 있고 또 그 항목 당 1(전혀 그렇지 않다)~5(매우 그렇다)의 숫자를 매기게 되어 있다. 또 옆에 자신과 가장 먼 항목과 가장 가까운 항목을 하나씩 체크하게 되어 있다.
가령, 파트1의 한 문항은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1-1 나는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1-2 나는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1-3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을 즐긴다.
1-4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다.
위 네 항목 모두 1(전혀 그렇지 않다)~5(매우 그렇다)를 체크한 뒤에, 네 항목 중에 자신과 가장 먼 항목과 가장 가까운 항목을 하나씩 고르면 된다. '하나씩'이므로 각 2, 3, 4, 4의 답변을 했을 때 가장 가까운 항목을 고른다면 1-3과 1-4 모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내가 타국의 문화를 즐기는 것보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1-4를 가장 가까운 항목으로 체크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2(그렇지 않다)에 단독으로 체크한 1-1을 가장 먼 항목으로 체크하면 된다. 처음 보면 오지선다뿐만 아니라 먼, 가까운 도 있어서 살짝 의아한데, 체크하는 방식을 수험자 유의사항 페이지에서 확인할 때쯤 방송에서 '시험감독은 수험생들의 표기방식이 틀리더라도 가르쳐주거나 간섭하지 말라'고 해서 좀 싸했다.
여튼 이런 문항이 50개 있으므로 파트1에서는 총 200개의 항목을 체크해야 한다. 아무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마킹하면 1과 2는 거의 나오지 않고 3, 4, 5로 도배가 된다. 중간중간에 비슷한 선택지가 상당히 많은데 일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문항들 같다. 너무 자신을 꾸미려고 하면 안 되지만 적합은 받아야 하고 일관성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3, 4, 5를 각각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그렇다로 생각하고 체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나한테만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파트2의 경우에는 약간 혐성 거르기라고 할 수 있다. 20~30문항 정도가 있으며 대개 부정적인 질문에 대하여 1~5의 정도로 고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런 문항들은 그냥 무조건 1만 찍으면 된다. 여기서부터 파트1과 달리 가장 먼 것, 가까운 것 이런 거 안 고른다. 그러므로 파트1에서의 한 항목이 파트2에서는 한 문항에 해당된다. 30문항 중 3~4문항 정도 1을 고르면 되려 정병이라고 하는 꼴이 되는 것이 있다. 이런 건 골라서 반대로 해주자.
파트3의 경우는 2지선다로 한 문항 당 두 항목이 있다.
가령, 81-1 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미리 세워두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81-2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도록 유동적인 변화에 대비하는 것을 좋아한다.
와 같이 서로 반대되는 선지들을 1번과 2번으로 나눠 놓았다. 정답이 없으므로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또한 비슷한 문항이 조금 반복된다.
인성검사는 '솔직하면서 적당히 부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적응능력 등 몇 개의 항목들을 A~F 등급으로 점수를 매겨서 E, F 등급이 뜨면 부적격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자기가 자신이 없는 항목에 완전히 솔직하게 대답하면 바로 부적격이다. 실제로 NCS와 전공시험 합격자도 인성겸사 때문에 부적격이 뜨는 경우가 10% 정도 된다고 한다. 나도 정리정돈을 잘한다라는 항목에 3(보통)이라고 표시했으나 실제로는 방을 쓰레기처럼 어지럽히는 것이 취미다.
2.NCS
NCS는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의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총 50문항이다. 60분의 시간 동안 50문제라 마킹시간 제외하면 약 1분에 하나씩 풀어야 하는 셈이다. 사실 한 문제 무조건 1분만에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의 어휘 문제 같은 경우 알기만 하면 바로 체크해서 20초도 채 걸리지 않을 수 있으나 수리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의 몇몇 문제들은 도저히 1분 가지고 풀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거 같은 문제들이 있다. 의사소통 장문독해문제도 비슷하다. 따라서 제낄 것은 먼저 제껴놓고 나중에 푸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순전히 '경험'해보기 위해 이번 필기시험을 치뤘던 것이라서 사전 정보는 얻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시험을 접하게 되었다. 때문에 미칠 듯한 시간부족과 다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험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의사소통, 수리, 문제해결이 17여 문제씩으로 딱 1/3씩 맡은 정도로 되어 있다.
의사소통은 앞의 5문제 정도가 어휘 사용에 대한 문제고 나머지는 비문학 독해로 각 지문당 보통 두 문제 정도가 딸려 있다.
수리는 분수 덧셈 곱셈 같은 실생활에 쓰일 만한 계산 문제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문제해결은 앞부분 일고여덟 문제는 도표해석 문제, 뒷부분 나머지는 글과 대조하여 찾는 문제들이 있다.
나는 전반적으로 의사소통 독해문제부터 한 문제당 1분 이상을 쓴 것 같고 수리에서 그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시험시간이 10분 남았을 때 일곱 문제 정도가 남았었고 다급해진 마음에 마킹을 거의 1분 만에 하고 1분에 한 문제 풀려고 애썼다. 어찌어찌 하니까 다 풀긴 했는데 거의 5문제 정도를 찍었고 푼 45문제가 당연히 다 맞을 수도 없는 거라 합격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ㅠㅠ 내년에는 NCS 열심히 공부해서 꼭 붙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다만 합격자들 평균이 NCS 35문제 정도를 맞춘다고 하니 시간 많이 걸리는 다섯 문제 제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45문제를 잘 풀어내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시간을 잡아먹는 건 역시 수리, 아인슈타인 문제다. 도표 대조 문제도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도표 문제는 1번 선지부터 5번 선지까지 차례차례 대조해가면서 풀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4, 5번이 정답인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시간을 꽤나 잡아먹었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 문제는 세 문제 정도 있었는데 전부 조금 풀다가 포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중 문제집의 몇몇 문제처럼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완전히 못풀 문제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3.전공
나는 화공직렬로 지원했기 때문에 화공 기준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전공은 기사공부 했으면 느낄 수 있듯 기사문제보다 훨씬 쉬운 난이도로 출제된다. 진짜 기본 개념만 묻기 때문에 합격자 평균 90점 정도가 나온다고.. 물론 기본 개념조차 모르면 틀린다. 화공의 경우 뒤의 5문제 정도가 가스기사(아마도 연소공학 과목)에서 출제되는데 보통 가스기사까지는 잘 안 따는 추세라서 이를 잘 숙지한다면 남들보다 네다섯 문제 정도 먹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스 문제 이전에 상당직경 구하는 공식 까먹어서 계속 한숨을 쉬고 있다가 그냥 넘기고 대충 풀었다.
상당직경, kg lb 환산, J HP PS 환산, 제어기 별 특징, 간단한 라플라스 변환, 란씨 온도 변환 같이 정말 간단한 문제들로만 나온다. 다만 기사보다 쉬운 문제들이 나오다보니 정말 쉬운 개념인데 기사 기출에 안 나왔기 때문에 생각이 안 나는 문제들이 간혹 있다. 기출로 공부해도 되지만 완벽하게 하자면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할 것 같다. 전공은 양치기만 하면 달리 합격 컷을 넘는 데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기사를 친 지가 한 달이 지나서 개념도 상당부분 잊어버리고 NCS도 그냥 유형만 좀 훑고 간 정도라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경험쌓기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