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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미루다 미루다 미루다

카당 2020. 3. 18. 23:21

최근 발견해낸 나의 특기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뭐든 미루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괜히 부리는 허세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미룬다. 내 생활에 직결되는 것이나 내가 흥미가 있는 것 빼고 모두.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면 나머지는 거의 다 미루는 것 같다.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버릇들어서 그런가 최소한의 겉치레도 신경쓰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허세는 안 한 걸 했다고 남들한테 말하고 다니는 거다. 이를 테면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이나 독서 등의 자기개발의 경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삶을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를 거짓으로 포장한다. 이 때문에 다소 허언증 기질이 있다. 덕분에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완전히 구라를 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를 너무 부풀려서 드러내기 때문에 후에 곤란할 때가 많다.

갑자기 세 번째 특기도 생각났는데, 사람에게 붙임성 존나 없는 편이다. 이건 나도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들어서 같기도 하다. 여튼 오는 사람도 밀어낼 정도로 타인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전무하다. 주로 대화를 하면 깊은 교감이 아니라 그저 단발성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의도적으로 관심을 가져야지 하고 생각해도, 결국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어진다. 내가 이 사람으로 하여금 얻을 것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굳이 접근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접근하지 않는다는 선이 너무나도 단단해서 진짜 별 얘기를 안 한다.

사실 세 번째 문제가 가장 염려된다. 나는 남 눈치는 또 엄청 보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 있다. 그냥 보통의 사교성 무난한 사람으로 있고 싶다. 그렇다고 관심 없는 사람한테 관심 가지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려면 기계적으로 화술을 익히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련지 모르겠다으악.

갑자기 특기가 아닌 문제 특집에 미루기가 아닌 사회성 부족이 화두가 되었다.. 내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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