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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나날

카당 2020. 9. 14. 21:36

'나는 나를 엄청나게 모른다.'

이 사실을 꽤나 최근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러게.. 나는 왜 나를 모르지? 하고 생각해보니

여지껏 내 의지대로 행한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큰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그조차 단순히 좀 먹고 살고 싶기 때문에 한 것들

고3 때는 그냥 너도나도 다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하니, 그저 세뇌당한 채로 하루 네 시간 반 자가면서 공부했을 뿐이고

군 복무하면서 일도 자기계발도 나름 열심히 했다 생각하지만, 거기서 게을러지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었고

어느 회사라도 붙여주면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년 반 남짓 취업 준비를 했을 때에도,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남 돈 좀 타먹어보려는 나 자신을 성인이라도 된 것마냥 포장했을 뿐이다.

목표는 대학 합격증, 너도나도 가지는 스펙, 지금 다니는 회사의 사원증 따위의

가시적인 무언가였음과 동시에 과시적인 무언가였고

이런 결과들은 앞서 말한 조금 비뚤어진 의도를 지닌 채로도 충분히 달성가능했기에

'남들이 볼 때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런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이 너무 싫다.

왜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끝까지 해보려 하지 않았지? 왜 나태와 두려움을 사랑하고 떠받들었지?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 사실은 하기 싫은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끙끙 앓아가면서 그건 포기하지 않았던 거지?

무엇이든 귀찮아하는 나였고, 겁많은 나였기에 모험은 커녕 도전도 하지 않았고. 아 존나 재미없고 볼품없는 인생 살아왔구나 싶고. 그러면서도 이게 나인 건가 싶고.

그러다보니 과거의 내가 싫지만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는 힘든 환경이지 않았나 하면서

동정하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척박한 땅에 뿌리잡느라고 수고했다. 이 땅은 그래도 물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그렇게 힘겹게 뿌리를 치지 않아도 돼.

빗줄기나 한바탕 맞으며 노을 풍경으로 꽃이라도 피우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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